제 글을 읽는 분들 중 올리브영에서 제품을 판매하시는 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올리브영에서 매월 주요 프로모션(올영픽)으로 확정되기 위해서는 몇 달 전부터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겠죠~~ 우선 상세한 마케팅 플랜이 (무조건)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카테고리 MD 미팅에 참석해서 PT도 해야 합니다.
영업만 참여할 때도 있지만 정말 중요한 시기에는 마케팅 쪽 실무진이나 팀장이 참여해서 발표를 하곤 합니다.
저도 24년 2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작년 하반기 올리브영 MD 미팅에 참석해서 PT도 하고 최상단 자리를 달라고 읍소도 하고 이럴 때는 저보다 한~ 진짜 젊은 후배 MD라도 전혀 신경 쓰지 말고 부탁드립니다.
최상단 자리를 넣어주시면 최대한 성과를 내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다행히 협상이 잘 되어 2월 1일부터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올영픽을 시작하면 그날부터는 하루에도 몇 번씩 습관적으로 랭킹과 실적을 보게 됩니다.
이것은 우리의 마케터, 그리고 브랜드 매니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달에는 제가 담당하는 브랜드 모두가 올영픽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여러 브랜드의 상황을 보면서 문제가 없는지 체크하게 됩니다.
드디어 어느 날 올영픽 이벤트를 해서 2위까지 올라갔는데 며칠 전에 드디어 스킨케어 1위를 했어요.이것은 PC버전이것은 모바일 버전그리고 어제 새벽 1시 기대 안 하고 올영 앱 들어갔는데 갔는데 새벽 1시 25분 그렇죠, 카테고리 전체에서 1위를 한 거죠?그 순간 팔에 소름이 돋았고 그때 남편이 잠을 안 자고 있어서 남편한테 얘기했어요. 글쎄요, 신기하게도 지금 1등을 하고 있거든요..남편이 안아줬어요. 회사회사는 잘 모르는 것 같은데 남편은 제가 얼마나 일을 진심으로 다루고 있는지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남편이 안아준 것 같아요.워낙 올리브영의 순위 변동이 잦아서(그만큼 치열하다는 뜻) 잠시겠지만 그 순간을 맛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몇 번이고 새로고침을 하면서 계속 휴대전화를 보고, 올영 사이트에 들어가 당일 몇 개가 팔렸는지 확인도 합니다.
(온+오프 실판매 기준)다 다음날 아침(그러니까 몇 시간 뒤) 이번 캠페인 준비를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함께한 주요 홍보대행사 카카오톡 대화방에 글을 올렸습니다.
알고 있습니까홍보대행사도 아무리 열심히 최선을 다해 광고주(브랜드사)를 돕고 최선의 결과물을 위해 준비했다 하더라도 결국 실적이 나오지 않으면 광고주역원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구조라는 것, 그래서 저는 어떻게든 이번에 좋은 결과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저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저의 팀원들, 그리고 우리와 함께하는 여러 대행사들을 위해서도 결국 숫자를 만들어야 하니까요.회사생활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밉고 원망스러운 사람도 많아요. 저도 그렇고, 저 사람이 일을 더 잘 하면 제가 별로 힘들지 않은데, 아니 왜 저 정도밖에 일을 할 수 없을까,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상대방은 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걸 생각하면서 에너지와 스트레스를 쓸 거면 제가 하면 돼요. 누구든지 개선해야 하니까요.누구나 변화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고객이 우리 제품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몇 시간 후 토요일 점심, 제가 좋아하는 측근 동생과 백화점에서 점심을 먹고 그 후 1시간 정도 오랜만에 1층 화장품 브랜드를 보았습니다.
여기서도 제 감정이 느껴졌는데 아무래도 올리브영이 메인 채널이다 보니 예전만큼 시장조사를 철저하게 하지 못한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브랜드 매니저(상품기획자)로서 제품을 개발했을 때는 정말 열심히 자주 여러 매장을 다니면서 시장조사도 하고 공부도 했지만..한동안 그러지 못한 나를 발견하게 되었고, 토요일 낮에 이렇게 혼자 매장을 다니면서 이것저것 보니 20~30대인 저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저 앞에 어렴풋이 그 시절의 내가 보였어요.아, 맞다.
나는 정말 화장품을 좋아하는 사람이야.그러니까 이렇게 정신적인 고통이 많은데 오랫동안 화장품 산업에 아직도 존재하는 거야.그날 오후에는 두 가지 계획이 예정되어 있었어요.첫째, 딸과 함께 몇 년 만에 과거 아이돌보미 아주머니 집 방문카드를 쓰라고 약속을 한 저로서는 아이가 이렇게까지 정성스럽게 글을 쓸 거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글을 쓴 걸 보고 놀랐고, 그리고 엄마로서 그 글을 읽으면서 눈물이 엄청났습니다.
(엄마들은 마음을 알거야…) 그래서 과거에 이모와 헤어졌을 때 우리가 만든 사진을 찾아봤어요. ㅠㅠ요지금 다시 가만히 보니 제 딸이 너무 디테일이 있더군요.. (새삼 놀라워) 오늘의 마지막 일정 정말 몇년만에 딸과 문화생활을 즐기는8년 동안 한결같이 아침과 저녁, 그러니까 제 출근 후, 그리고 퇴근까지 아이를 돌봐주신 아주머니를 몇 년 만에 봐서 그런지 오늘 감정이 너무 뿌듯했어요.이모가 없었으면 올리브영 MD도 못했을 거고 지금 일도 못 했을 거고 결국 올리브영 1등도 못 했을 거고 이모 덕분에 이렇게 계속 일을 할 수 있었다는 생각에 진심으로 이모한테 감사함을 느꼈어요.그리고 엄마가 항상 바쁘셔서 엄마 역할도 완벽하게 못하고 지금도 못하고 있지만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잘 크고 있는 제 딸에게 가장 큰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고마워요, 딸. 올리브영 1위는 아주 조금이지만 그래도 이 경험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어떤 전략으로 단기간 1위를 할 수 있었는지 올려보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보자~